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실거래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39억원까지 거래됐던 전용면적 기준 매물이 33억원 선으로 내려앉았고, 현재 시장에는 31억원대 매물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폭이 커지는 흐름 속에서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은마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재건축 사업이 진척될수록 기대감에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 매수 심리 위축 등이 겹치면서 매물이 쌓이고 호가가 낮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서초·강남 등 인근 지역 아파트값 하락폭도 함께 커지고 있어, 이번 조정이 특정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강남권 전반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치동을 벗어나지 못하는 집주인들의 사정도 주목받고 있다. 대치동은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 특성상 자녀 교육을 이유로 거주를 유지해야 하는 수요가 꾸준하다. 이 때문에 가격이 떨어져도 매도보다는 보유를 택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재건축 이후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시세 하락기를 버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은마아파트에 거주 중인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 이주와 철거 절차가 뒤따르는데, 은마아파트에는 3000가구에 달하는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원가 접근성 때문에 인근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이주 시점이 다가올수록 대체 거주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대단지로, 강남 재건축 시장의 상징적인 단지로 꼽혀왔다. 사업 추진 속도와 매매가 흐름이 엇갈리는 최근 상황은 재건축 기대감만으로는 시장 심리를 지탱하기 어려운 현재 부동산 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